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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7

제대 직후의 마음가짐? 어느덧 나도 제대한지 2주일이 훌쩍 넘었다. 머리 좀 짧은거 빼고 '군바리 스멜'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주위에 딱히 없음. 원래 난 제대 직전에 아래와 같은 것들을 꿈꿨었다. 1. 원없이 게임이나 하자! ▣ 내가 직면한 현실 : 난 일단 게임에 소질이 없고, 입대 전에도 별로 즐기지 아니함. 제대하기 6개월도 훨씬 전 부터 휴대용게임기 PSP를 장만해서 경찰버스 안과 내무실에서 껴안고 살아서인지 게임은 쳐다도보기 싫음. 2. 잠이나 자자! ▣ 내가 직면한 현실 : 부대에 있을 때, 말년에 하도 시간이 안가서 잠을 한번 미친듯이 자보려고 했었는데, 시간가는건 좋았지만 이게 인간인가 짐승인가 싶어 끔찍했다. '이제는 그만 자고 싶다'고 느낄만큼 원없이 자고 나와서 제대하고 또 잠에 쩔어 살고 싶지는 않았.. 2010. 5. 29.
내가 공부를 하겠다며 깝죽대는 이유 제대하자마자 하루종일 학교도서관에 있다가 출퇴근하기를 반복하자니 기분이 좀 그렇다. 원래 기분같아서는 여행도 가고, 이거저거 많이 하려고 했지만 제대휴가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직면한 현실의 높은 벽을 보았다. 결국 난 공부를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쓸쓸히 도서관을 오가고 있다. 진지하게 장래에 대해 고민을 해봤고, 내가 잘 하는게 무엇인지도 생각해봤다. 글쎄...아직 내가 날 잘 모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난 노래로 돈을 벌 수 있을만큼 노래를 잘 하지도 못하고, 연예인이 되어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만큼 끼를 갖고 있지도 않으며, 세상을 휘어잡을 수 있는 음악적 재능도 없다. 그렇다고 머리가 아주 비상하지도 않다. 결국 내가 이 날 이 때 까지 해온 것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엉덩이로 했다고.. 2010. 5. 16.
영광스러운 전역, 그리고 새로운 출발! 아침 8시, 단잠에서 깨어나 잘 먹지도 않던 아침짬밥을 먹으러 취사반으로 내려갔다. 평소와는 다르게 꿀맛이었다. '마지막 짬밥 맛있게 드십쇼!'라고 웃으며 말을 거는 취사반 후임이 고마워서 식판을 깨끗이 비웠다. 단화를 질질 끌며 내무실로 다시 올라가서 이제 더이상은 입을 일이 없을 경찰근무복을 마지막으로 차려입었다. 여섯명의 부대동기가 함께 모여 경비계로 향했다. 제대휴가 나오는 날까지 두발상태가 불량하다며 휴가증을 안주고 애먹였던 전경관리반장님도 오늘은 말없이 수고했다며 전역증과 자그마한 전역 선물을 하나씩 손에 쥐어주셨다. 그렇게 싫어했던 경비과장님께서도 밖에 가서도 하는 일 모두 다 잘 되고 건강하길 빈다며 한 명씩 악수로 전역을 축하, 격려해주셨다. 아, 난 왜 눈물이 이리 많은걸까. 밖으로 흘.. 2010. 5. 12.
마지막 휴가. 인생의 마지막 휴가라고도 할 수 있으려나. 그냥 젊은 날의 마지막 휴가라고 하고 싶다. 길고긴 군복무의 끝이 보인다. 사실상의 근무를 마치고 제대휴가를 나왔다. 기분은 민간인이다. 예전과 같은 부대복귀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아직 한두번 들어가서 잠을 더 자고 나와야하지만, 말그래도 잠만 자야할 뿐이다. 신도림역을 왔다갔다 했는데, 방범나온 의경들이 보인다. 뭐눈엔 뭐밖에 안보인다고, 어딜가나 눈에 띈다. 독일어학원을 등록했다. 고등학교 때 미친듯이 배운 이 언어에 대한 알 수 없는 애착이라고나 할까. 실상 쓸일은 거의 없지만, 왠지 '나 독어 좀 했어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자격증을 하나 갖고 싶었다. ZD. 열심히 해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겠다. 노트북이 생기니 데스크탑에 전혀 손이 가지 않.. 2010. 5. 1.
제대를 한 달여 앞두고. 이젠 전국적으로 고참이 없다. 7주 차기수인 의경 908기(행정기수 949기)가 엊그제 완전 전역했다. 아직도 기억난다. 입대 전에 기동본부에서 면접을 볼 때, 자신이 원하는 입대일을 순서대로 고르라고 했었다. 난 5/1, 5/8, 6/26 순으로 가장 빠른 시일부터 지망했으나 연장자우선 때문에 밀리는 바람에 6/26에 입대했다. 5/1입대한 기수가 907기, 5/8입대가 908기, 6/26 입대가 지금 내 기수인 909기이다. 운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나도 지금쯤 제대했을텐데.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말이 많다. 나와 전역일이 비슷한 말년병장의 실종소식을 듣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하루하루 더 조심스럽게 생활해야겠다. 이번 사건으로 경찰도 을호비상령이 떨어져서 영외활동이 전면금지됐다. 대한민국은 국방의 .. 2010. 3. 28.
전역일 관리,계산프로그램(MiliDay) 군인의 관심사는 뭐? 바로 전역. 오로지 이 날만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임이 웹서핑중에 발견한 대단한 프로그램, MiliDay. 프로그램 정보를 찾아보니 2004년에 어느 개인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굉장히 자세하고 전역일과 진급에 관련한 세세한 정보까지 다루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만 선택할 수 있다는 점. 하지만 나머지 병역의무도 전역일과 진급기간을 잘 조절하면 맞춰서 쓸 수 있다. 내가 복무중인 의무경찰은 육군과 총 복무일수는 동일하면서 진급이 :: 이경 5개월, 일경 6개월, 상경 7개월, 나머지 수경 :: 이렇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프로그램상에서 약간 조정하면 계급 또한 얼추 맞출 수 있다. 군바리 본인, 혹은 군복무중인 애인, 아들 등 .. 2010. 1. 23.
수경 정식진급, 그리고 전역의 해가 왔다! 아..나에게 2010년이 오다니. 그저 소망에 불과했던 이 해가 실제로 다가오다니. 이렇게 생각하면 시간은 생각보다 빠른 것 같다. 자대에 전입한 2008년 8월 중순 어느날, 출동나가기 전 중대 전체가 교양을 받기 위해 출동 전 집합을 했다. 옆에 있던 지금은 제대한 고참이 조용히, "야, 여기 한번 쭈욱~ 훑어봐. 여기 있는 사람 다~집에 가야 너 집에 가." 그 때 그 절망감이란....이것 말고도, "야, 2009년도 안보이는데 2010년이 올것 같냐? 안와." "눈을 한번 지긋이 감아봐. 그게 바로 네 군생활이야." "2010년엔 기X마(경찰버스, 소위 '닭장차')가 날아다닐껄?" "2010년 오기 전에 아마 전쟁날껄..." 이와 같은 갖가지 언어폭력(?)에 시달렸다. 하지만 어느덧 그 때 정신없.. 2010.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