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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llaneous/취준생, 2013~2014

동계인턴 시작

by hyperblue 2013. 12. 30.




모 그룹의 동계인턴에 얼떨결에 합격하여 2박3일 연수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당당히 이름을 공개하는 건 요즘같은 취업난에 참 '재수없어'보일 게 분명하기에 그냥 나름의 후기를 적고자 한다.


얼떨결에 서류전형을 통과하여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기말고사 며칠 전이어서 내가 무언가를 따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 얻게 된 면접기회인데...놓치고 싶지 않아!'란 생각과 기말고사를 등한시했을 경우에 향후 닥쳐올 끔찍한 상황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부모님께 이러한 내 심경을 말씀드렸더니 "당연히 기말고사에 올인해야지. 학생의 본분은 공부가 아니더냐"라고 쿨하게 말씀해주셨다. 힘들게 얻게 된 면접기회이지만, 불합격하더라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겠냐는 말씀에 금방 설득되어 면접일이 다가와도 큰 마음의 동요없이 묵묵히 학교시험 준비에만 전념했다.


그렇게 다가온 면접일. 어색한 정장을 입고 그룹 본사로 향하는데 몸에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꼬마신랑이 된 것만 같았다. 잠시나마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변신한듯한 이상한 기분. 딱 논산육군훈련소 때 훈련병 느낌이었다.


하루에 여러 번의 면접전형을 동시에 진행했는데, 무슨 오기가 발동해서인지 면접관 분들께 내 심경을 너무 솔직하게 말하고 시작했다. "사실 학교시험 때문에 면접준비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전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질문에도 최대한 솔직하게 답변드리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선전포고(?)를 했는데, 면접관 분들께서는 웃으시며 태도가 마음에 든다고 하셨던게 기억이 난다.


어찌됐든, 면접이 끝나고 집에갈 때는 마치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뒷정리를 제대로 마치지 않은듯한 찝찝한 느낌으로 학교도서관으로 돌아갔는데, 약 일주일 후 최종합격 통보를 받고 연수까지 다녀왔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쓸 수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인턴이 금턴이다'라고 한다. 어쩌다보니 그 금턴과정의 수혜자가 되어 매사에 감사하다. 처음으로 사회라는 험난한 곳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눈치가 없어서 엄청 고생한 군대의 쫄병시절을 자꾸 떠올라 다가오는 첫 출근이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연수 때 그룹 총괄 HR 관계자 분께서 말씀해주신 지원자수를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 얼마나 요즘이 취업에 힘든 시기인지를 일깨워주는 엄청난 숫자. 정말 내게 기회를 준 회사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약 8주간의 인턴쉽 기간 후에 얼마나 많은 것을 얻고 생각하게 될까.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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